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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당·제일안경원·초당순두부…‘대한민국 백년가게’ 국민 사랑방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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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백년가게’를 선정·발표했다. 지난 2018년 시작된 백년가게는 업력 30년 이상 된 가게 중 경영자의 혁신의지, 제품·서비스의 차별화, 영업의 지속 가능성 등을 전문가가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올해는 우수 소상공인 71개사(음식점 38개, 도소매 20개, 기타 13개)가 추가 선정돼 전국 백년가게는 총 405개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국민들이 직접 백년가게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도입, 전체 71개사 중 19개사가 국민추천을 통해 선정됐다.
기존 음식점업, 도소매업 외에 이·미용실, 사진관, 양복점 등 서비스업을 포함한 모든 업종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소상공인에서 시작해 중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를 신청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특징이다.

자영업자의 태반이 3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에서 30년은 물론, 대를 이어 최대 70년 넘게 생존해온 장수가게의 비결은 무엇일까. 태극당, 제일안경원, 동양고무상회, 초당할머니순두부, 문우당서림 등 새로 선정된 전국 백년가게 5곳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장충동 태극당

▷서울서 가장 오래된 빵집


지난 6월 17일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태극당. 점심시간이 가까운 평일 오전임에도 20여명의 손님이 가게를 채우고 있다. 빵 진열대 일부에는 벌써 다 팔렸는지 바닥에 깐 흰 종이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창업 후 74년이 지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전국에서는 75년 된 이성당에 이어 두 번째)은 코로나19에도 여전히 잘나가는 모습이다.

태극당의 역사는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티셰였던 故 신창근 창업주가 광복 후 일본인이 운영하던 미도리야 제과점의 제과기계를 인수해 명동에 설립한 것이 시초다. ‘민족의 좋은 먹거리로 좋은 빵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태극당으로 짓고 로고도 무궁화로 정했다.


우수한 품질의 식재료 확보를 위해 목장도 직접 운영할 만큼 정성을 들였다. 여기에 수작업으로 구워낸 바삭한 피 안에 우유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워 넣은 ‘모나카’가 히트를 치며 가게는 승승장구했다. 한때 서울 시내에만 10개 직영점을 운영할 만큼 번성했다. 태극당도 지역사회와의 상생으로 화답했다. 대한제과협회·제과학교를 설립해 제빵 인재를 길러냈다. 현금 수입이 대부분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탈세가 쉬웠던 시절에도 일본에서 포스기를 도입해 수입을 투명하게 신고했다. 지금도 가게 한편에 ‘납세는 국력이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중구 결손가정 등에도 빵을 기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실납세와 사회공헌활동을 인정받아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됐다. 1970년대 우유·계란 파동 때는 서울시에서 “태극당에 먼저 계란을 공급하라”고 배려해주기도 했다. 창업주 손자인 신경철 태극당 전무(35)는 “프랜차이즈화하자는 유혹도 많았다. 그러나 품질관리가 안 될 것을 우려해 직영을 고수해왔다. 지금도 100가지 넘는 메뉴를 외주 생산 없이 매장에서 모두 직접 만든다. 모나카 피도 전통 수제 방식으로 직접 구워내고 있다”고 전했다.

신 전무가 경영에 본격 참여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으로 쓰러지고 한 달 만에 할아버지도 돌아가시며 중책을 맡게 됐다. 서울 최장수 빵집이니 마냥 잘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현상 유지도 빠듯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으면 매출이 ‘0원’인 날도 있었다. 신 전무는 세 누나와 함께 경영 혁신에 매진했다. 장수 빵집이라는 강점을 살려 빵은 한국 전통 재료로 만들되, 마케팅 방식은 최신 트렌드를 따랐다. 리모델링을 통해 낡고 노후한 시설을 현대화하고, 브라운브레스·수페르가·라인 등 국내외 IT·패션 브랜드와 협업도 적극적으로 했다. 그 결과 태극당은 ‘뉴트로’ 열풍의 진원지로 떠오르며 현재 매출이 2013년 당시의 10배로 껑충 뛰었다.

“ ‘오란다빵’이 하루에 한 개 팔릴까 말까 해서 ‘이 정도면 메뉴 단종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가끔 와서 이 빵만 찾는 할머니가 계신다”며 반대하시더군요. 그때 느꼈습니다. 오래된 손님들에게 이런 빵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 태극당의 역할이고 의무라는 것을요. 그때 단종하지 않은 오란다빵은 지금 다시 잘 팔립니다. ‘국민 추천 1호 백년가게’가 된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근 상인, 기업들과 함께 지역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태극당을 만들고자 합니다.”

▶경기 안산 제일안경원

▷“단골손님, 거문도서 배 타고 찾아와요”


“도수가 같아도 피아니스트와 고속버스 운전수가 쓰는 안경은 다릅니다. 운전수는 멀리까지 봐야 해 초점을 다르게 맞춰야 해요. 직업과 용도에 따라 안경도 제각각이어야 하죠.”

경기 안산에서 31년간 제일안경원을 운영해온 오광석 사장(58)의 ‘안경론’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그는 ‘고객의 눈을 밝혀주는 물건’이라는 안경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안경학원을 다니며 안경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1989년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 안산에서 제일안경원을 창업했다.

평범한 안경원이 백년가게에 선정된 비결은 무엇일까. 오 사장은 “손님한테 좋은 안경을 씌워드리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첫손에 꼽았다. “ ‘안경은 마진이 많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손님과의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좋은 안경을 추천해드리기가 쉽지 않죠.”

제일안경원은 단골이 많다. 지금까지 60번 넘게 방문한 단골도 있다. 1년에 2~3회 안경원을 찾는다 치면 거의 30년 단골손님이다. 자녀와 손자 세대까지 이어지는 ‘가족 단위 단골’도 적잖다. 덕분에 불경기에도 매출 변동이 적어 장수가게가 될 수 있었다고.

“가끔 가게 문을 닫은 사이 손님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콘택트렌즈 같은 제품은 가게 비밀번호를 알려드리고 알아서 가져가게 한 적도 있습니다. 손님도 알아서 카운터에 렌즈 값을 넣어두고 가셨더라고요. 워낙 가족같이 친밀하고 신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죠. 한번은 출근했더니 손님이 문고리에 귤이 담긴 봉투를 걸어두고 가셨더라고요. 나중에 ‘내가 걸어둔 거 먹었느냐’고 확인도 하고. 하하.”

한 번 단골은 영원한 단골이다.

“충북 아산 정도는 흔하고 멀리는 전남 여수, 심지어 거문도에서도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일 년에 한 번 정도 찾아오세요. 이사를 갔는데 새 안경원이 불편하니 일부러 일을 만들어서 올라오시더군요.”

인터뷰에는 30년 단골손님 강호일 씨(72)도 동참했다. 강 씨는 “사장님이 학교에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 본인이 직접 그런 얘기를 하기는 뭣하니 내가 대신 해드리려고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지역사회에서 번 돈은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것이든 마다하지 않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그의 걱정은 청년층 손님에게 취약하다는 것. 그래서 지난해부터 안경학을 전공하고 안경사 면허를 취득한 아들 오동욱 씨(27)와 함께 공동 운영 중이다. 동욱 씨는 경험을 쌓기 위해 1년간 다른 안경원에서 일을 하다 제일안경원에 합류했다. 어느 연령대의 고객이 방문해도 편안한 안경원을 만드는 것이 부자의 목표다. 이를 위해 안경원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네이버 예약 서비스도 도입했다.

“안경을 맞추려면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예약을 하고 오시면 담당 안경사도 지정, 준비된 서비스를 해드릴 수 있죠. 어떤 손님이 저희 가게를 백년가게에 추천해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조심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충북 영동 동양고무상회

▷“장사에서 얻은 경험 기록하세요”


충북 영동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한 건물. 손때가 묻어 닳은 벽돌과 낡은 ‘동양고무’ 간판이 세월을 짐작게 한다. 건물 1층 가게 벽을 따라 구두와 고무신, 운동화가 꽉 들어차 있다. 영락없는 시골 읍내 신발가게의 모습을 한 이곳, 한국 ‘백년가게’로 뽑힌 충북 영동의 ‘동양고무상회’다.

“6·25 이후 노점 차리고 여기서만 68년 넘게 장사했어요. 아버지 때부터 단골인 분은 다 알죠.”

동양고무상회를 운영하는 박준희 사장(50)이 힘줘 말했다. 공식으로는 51년, 비공식으로는 68년 역사의 가게를 운영하는 박 씨의 말에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가게의 시작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에서 고무 관련 일을 하던 박 씨의 할아버지는 해방 후 고국에 돌아와 고무신 장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박 씨 아버지를 거쳐 3대째 운영 중이다.


사실 박 씨는 젊은 시절 ‘청와대 참모’를 꿈꾸는 정치 지망생이었다. 국회보좌관으로 일하며 14년간 여의도에서 청춘을 보냈지만 보좌관 재취업에 실패하며 방황을 겪었다. 그는 ‘작은 것이라도 내가 잘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에 고향의 고무신 가게로 돌아왔다.

세월 따라 부침도 많았다. 1970년대 후반,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고무신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 첫 번째 위기였다. 고무신 비중을 낮추고 신발 종류를 다양화했다. 바꾼 전략이 적중해 매출은 다시 회복됐다. 10여년 전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기능성을 앞세운 ‘메이커’ 신발에 밀려 다시 손님이 줄었다. 편한 신발을 찾는 수요에 맞춰 기능성 신발 위주로 재편했더니 또 손님이 몰렸다.

박 씨는 장수가게를 꿈꾸는 이들에게 ‘고집’ 대신 ‘지식과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자영업, 쉽지 않습니다. 최소한 매출이 나오는 원리는 공부하고 시작해야 해요. 시작한 후에도 배움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장사에서 얻은 경험을 모두 기록하세요. 원리를 터득하고 경험을 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강원 강릉 초당할머니순두부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三代’ 거친 손맛


강릉 경포대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5분 정도 차를 달리면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아담한 마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강릉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 ‘초당순두부’의 고향 ‘초당두부마을’이다. 초당마을 할머니들은 과거부터 소일거리 겸 집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어 장에 내다 팔았다. 소금물로 만드는 다른 두부와 달리 경포대에서 길어온 바닷물로 두부를 만든다.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맛이 입소문을 타며 마을 이름도 아예 ‘두부마을’이 됐다. 현재 이곳에는 수십 개 두부음식 전문점이 자리 잡았다.

백년가게 ‘초당할머니순두부’는 초당두부마을에서도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1983년 창업주인 故 박응순 씨가 두부를 내다 팔기 위해 2평 남짓 두부가게로 차린 ‘초원휴게실’이 시초다. 1989년 ‘초당할머니순두부’로 간판을 바꿔 달고 식당으로 확장했다. 현재는 박 씨 손자인 김영훈 사장(34)이 운영 중이다. 서울 출신인 김 사장은 학창 시절, 방학이면 강릉에서 살다시피 하며 가게 일을 도왔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체육 교사가 됐지만 2015년 강릉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일을 맡았다.


장수 비결로는 선대의 성실함을 꼽았다. 김 사장 부친인 김영환 씨는 약 2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 30분에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하는 단골손님을 위해서다.

영업 준비를 하려면 늦어도 새벽 2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초당순두부를 만드는 것은 4시간 가까이 필요한 고된 작업이기 때문. 콩을 불리고 으깬 후 걸러낸 콩물을 가마솥에 넣어 끓인다. 끓이는 내내 타지 않게 저어줘야 한다.

30년 가까이 메뉴는 순두부와 모두부 딱 두 가지가 전부. 그중에서도 하얀 순두부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순백의 몽글몽글한 외형에 부드러운 식감은 마치 모차렐라 치즈를 연상시켜 가게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정말 수많은 유명 인사가 가게를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상 물정에 어두우신 할머니는 누가 온지도 몰랐어요. 한번은 故 노무현 대통령도 못 알아보시고 반말을 하셨더랬죠. 하얀 순두부 앞에서는 모든 손님이 평등했습니다.”

3대를 거치며 초당할머니순두부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탓에 일하기 힘들었던 기존 가게를 헐어버리고 120석 규모 새 가게로 리모델링했다. 100% 손맛만 고집하던 선대와 달리 두부 제조에 필요한 장비도 들였다. 노포가 주는 정감과 감성을 잃을까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에서다.

“가게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맛도 감성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편해야 합니다. 두부 제조 장비를 들인 후에도 기존 맛과 똑같이 내기 위해서 3개월 동안 매일매일 테스트를 했어요. 제 자식에게도 자신 있게 순두부 장사를 권할 수 있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강원 속초 문우당서림

▷서점 아닌 ‘사람냄새 나는 공간’


‘책과 친구의 공간, 그리고 책의 숲’이라는 뜻을 지닌 문우당서림(文友堂書林)은 강원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큰 서점이다. 이민호 문우당서림 사장(59)이 25세 청년이던 지난 1984년 강원 속초 시내에 5평 가게를 임대해 차렸다. 사실 창업은 계획에 없었다. 교육 공무원으로 재직 중 중풍으로 쓰러진 부친을 보필하기 위해 대학을 자퇴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든 것이 발단이었다. 막상 해보니 책을 벽장에 꽂아놓고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 태도로는 서점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이 사장은 ‘어떻게 하면 손님이 한 번이라도 책을 더 뒤적여볼까’ 쉬지 않고 고민했다. 이런 그의 경영철학은 서점 곳곳에서 묻어난다.

먼저 1층 창가에 마련된 ‘키워드 코너’. 주제별 도서를 모아놓는 기획 공간이다. 주제는 비정기적으로 바꾼다. 6월 16일의 주제는 ‘집’. 인테리어나 살림살이와 관련된 책들을 한공간에 모아놨다. 주제가 바뀌면 책은 물론, 그에 맞게 인테리어도 바꾼다고.

패션·미술·건축 등 도서를 분류하는 ‘카테고리 POP’는 아예 종이로 출력해 자석으로 붙여놨다. 카테고리가 자주 변경되니 최대한 바꾸기 쉬운 방식을 찾아낸 것. 책꽂이 곳곳에 직원이 직접 작성해 붙여놓은 ‘도서 추천 편지글’에서도 부단한 ‘손품’이 느껴진다.

(위) 문우당서림과거, (아래) 문우당서림현재.
사진설명(위) 문우당서림과거, (아래) 문우당서림현재.
과감한 혁신도 잇따랐다. 이 대표가 서점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인터넷 극초창기인 1998년. 신용카드 결제도 속초시에서 처음 시작했다. 2003년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번화가에 위치했던 가게를 현재의 바닷가 한적한 곳으로 옮겼다. 사람은 좀 덜 다녀도 보다 넓고 쾌적한 서점을 꾸리기 위해서다. 임대료를 아껴 연면적 830㎡(약250평)에 9만권 가까운 책을 보유한 대형 서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 문우당서림은 속초시와 강원도를 넘어 속초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러야 할 전국구 명소로 거듭났다.

문우당서림은 속초 시민에게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요즘도 서점 2층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시 낭송회, 지역 학생들의 오카리나 연주회를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한글 수업, 학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한번은 어떤 훤칠한 청년이 찾아와서 ‘제가 어렸을 때 사장님한테 한글을 배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하더군요.

최근에는 한 아주머니가 오셔서는 ‘일을 나갈 때마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문우당서림에 맡겼었는데 이제 그 아이가 커서 대학에 들어갔다’고 전해주셨죠. 단순히 매장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요. 애초에 책방 이름을 ‘서점’이 아니라 ‘서림’이라고 지은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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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우리 동네 백년가게’는

▷명동칼국수 시청점, 프랜차이즈 ‘최초’

지금까지 백년가게로 선정된 곳은 전국 405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살펴보면 경상도가 65개로 가장 많고 충청도(57개)와 전라도(53개)가 뒤를 잇는다. 서울도 51개나 된다.

1985년 개업한 ‘서울 명동칼국수 시청점’은 백년가게 중 보기 드문 프랜차이즈 가게다. 본부의 정책에 시청점만의 특색 있는 노하우를 더했다. 가게에서 직접 개발한 육수를 사용하고 칼국수 면과 만두도 매일 직접 준비한다.

1980년 문을 연 원단 도소매점 ‘동양직물’은 경영 전략이 돋보인다. 양복 원단 수요가 줄어들 때마다 두루마기 원단, 종교복 원단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위기를 극복했다.

‘을지OB베어’는 경쟁력 있는 ‘노포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1980년 황량하던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최초로 노가리와 맥주를 팔기 시작, 오늘날 ‘힙지로 노가리 골목’을 만든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남한산성 은행나무집’은 1954년 장사를 시작해 70년 가까이 가게를 이어왔다. 장수 비결은 끊임없는 메뉴 다양화. 백숙을 비롯해 토종 막창순대, 두부전골, 만두전골 등 신메뉴를 계속 추가했다. 덕분에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같은 질병이 돌아도 버틸 수 있었다.

충남 예산상설시장 근처에 자리한 ‘한국의상현필원’은 1950년대 비단 전문점으로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복 수요가 줄자 한복 대여점 프랜차이즈로 변경, 기존 맞춤한복과 한복 대여를 병행했다. 지금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사업을 확장해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호남에서는 전남 여수에서 1984년 문을 연 ‘구백식당’이 눈에 띈다. 대표 메뉴는 이름도 낯선 ‘서대회무침’과 ‘금풍생이 구이’. ‘금풍생이’는 여수의 별미로 꼽히는 생선 ‘군평서니’의 전라도식 표현이다.

구백식당이 오랜 시간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독특한 식재료에 집중한 덕분이다. 서대회무침의 핵심 양념인 막걸리식초는 손춘심 구백식당 사장의 어머니가 손수 만든 레시피를 계속 사용해오고 있다.

대구의 ‘밀밭 베이커리’는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빵집이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도 창업주가 직접 만드는 도넛, 크로켓, 팥빵, 식빵 등 ‘추억의 빵’과, 아들인 2대 사장이 만든 멜론빵, 미인빵 등이 주력이다.

40년가량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는 꾸준한 연구개발이 꼽힌다. 특히 아들이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멜론빵은 대구의 명물로 사랑받는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인터뷰 | 노기수 중소벤처기업부 지역상권과장

백년가게 선정 후 매출 3배↑…‘자영업 길잡이’ 역할


Q. 정부가 백년가게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차별화된 노하우로 지속 가능 경영을 하고 있는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 추가 성장을 지원하고 성공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2018년 6월에 ‘백년가게’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그해 8월에 16개 업체를 최초 선정, 현재 405개에 이르게 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국민추천제를 도입했다. 중기부 홈페이지 내 국민추천 사이트에서 누구나 노포(업력 20년 이상)를 추천할 수 있다. 추천된 업체는 일반 신청 업체와 같은 평가 과정(전문가 서류·현장평가)을 통해 최종 선정된다.

Q. 지금까지 백년가게 사업이 거둔 성과는.

A 올 2월 백년가게 선정 업체 대상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70%는 백년가게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7%는 백년가게 선정 이후 매출과 고객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 6월 11일 백년가게 간담회 때 참석한 이부영 ‘선동보리밥’ 대표는 “지난해 선정된 후 입소문을 타고 젊은 사람들도 찾아와 장사가 잘된다. 감사하다”고 말해 보람을 느꼈다. 2018년 선정된 ‘삼거리먼지막순대국’은 전년 대비 매출이 3배 증가했다. 같은 해 선정된 ‘나드리’는 매출 급증은 물론, 일본과 호주에 수출도 활성화됐다.

Q. 자영업자 태반이 영속 기간이 3년이 안 된다. 백년가게 육성을 위해 중기부는 어떤 정책을 펴고 있나.

A 일본에 장수가게와 장수기업이 많은 비결로는 ‘한 우물 파기 전략’ ‘끊임없는 혁신’ ‘명확한 기업이념 정립’ ‘소비자 신뢰 기반 형성’ 등이 꼽힌다.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올해 백년가게 간 장인정신과 노하우 전수를 위한 네트워킹(멘토링), 전문가 컨설팅, 개별 업체 브랜딩, 백년가게 브랜드 인지도 확산을 위한 홍보 등을 업체 수요 맞춤형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다양한 백년가게들의 경영철학과 영업 경험을 성공 모델화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데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노승욱·나건웅·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4호 (2020.06.24~06.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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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2, 2020 at 01:3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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