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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농작물… 생계수단 삼켜버린 폭우에 “복구 엄두도 못내”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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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피해현장 가보니…

물 빠진 화개장터는 쑥대밭
상인 “지금도 벽에서 물나와”

구례군서 제방 유실 침수피해
“둑높이 낮춘 것도 작용한 듯”

축사에 비 들이닥쳐 닭들 폐사
금산 인삼마을 등도 피해 커

“육십 평생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처음입니다, 처음.”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앞에서 매운탕 식당을 운영하는 정종래(58) 씨는 10일 굳게 닫힌 식당 문 앞에서 여전히 비가 내리는 마을을 바라보며 연신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정 씨는 이날 아침 일찍 홀로 가게를 찾아 피해 상황을 살폈다. 정 씨의 가게는 다행히 높은 곳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지만, 정 씨는 “손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이웃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식당을 열 수가 없다”며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대부분의 가게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특히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영세 상인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주민과 상인들의 살길을 위해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빗물이 들어찼던 다른 가게들은 쑥대밭이 된 상황이다. 화개장터에서 참게탕·은어회 등을 파는 식당을 운영하는 한순자(여·57) 씨는 “냉장고 다섯 대는 물론, 재첩 등 식재료까지 모두 떠내려갔다”며 “지금도 벽에서 계속 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인 남자 키 높이까지 차올랐던 빗물은 이날 모두 빠진 상태지만, 식탁과 의자 등 집기는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한 씨는 “지금으로선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빨리 뭐라도 되면 좋겠다”며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섬진강 지류인 전남 구례군 서시천에서는 제방이 유실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폭우가 한꺼번에 쏟아져 제방이 버티지 못한 것 같다”며 “수년 전 제방도로를 만들면서 둑 높이를 낮춘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섬진강 본류 제방이 무너진 전북 남원 금지면의 경우, 제방 관리부실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섬진댐 방류량이 많아 제방 월류(물이 넘치는 현상)에 따른 붕괴로 보는 한편, 자세한 붕괴 원인에 대해서는 추후 전문가들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충청과 경남 등 각 지역에서도 폭우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북 진안 용담댐에서 9일 준공 후 가장 많은 초당 2900t의 물이 방류돼 댐 하류에 있는 충남 금산, 충북 영동 등이 물에 잠겼다. 특히 금산의 인삼 마을이 쑥대밭이 되면서 작황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용담댐 방류로 충청 지역 주택 80여 채와 농경지 500㏊가 침수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향후 조사 결과 피해 규모가 더 크게 집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남 합천은 지난 이틀간 269.1㎜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합천 쌍책면 건태마을에서는 지난 이틀간 쏟아진 집중 호우를 피하지 못한 소들이 축사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전북 순창의 한 축사에서는 비 피해로 닭들이 폐사하기도 했다. 이번 폭우로 생계 유지의 중요한 수단인 농작물과 가축 등에 피해를 입게 되면서 농민들의 근심 또한 깊어지고 있다.


이달부터 열흘째 이어진 폭우로 사망·실종 42명, 이재민은 7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오전 10시 30분 기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1명, 실종자는 11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사망 4명·실종 2명) 등 수난사고 인명피해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이재민은 11개 시·도에서 4023가구 6946명으로, 이 가운데 3425명이 여전히 친인척 집이나 체육관, 마을회관 등에 머물고 있다.

하동 = 조재연·구례 = 정우천 기자
김도연·최지영 기자




August 10, 2020 at 09:5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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