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24 MZ세대 글로벌브랜드-레더리스
김기범 대표 2018년 쇼핑몰 론칭
발 불편한 키높이·샌들 안 만들어
고객 신뢰에 하반기 매출 10배 껑충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한 켤레당 1만원' 불황의 시대를 대변하듯 지하철 상가 공실에서 떨이 판매를 하는 신발 판매업자들이 파격 세일로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패스트패션(패션의 빠른 소비)이 대세가 된 세상에서 11만원짜리 국산 수제구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18년 수제구두 전문 쇼핑몰 '레더리스'를 론칭한 김기범 대표는 지난달 3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저가와 가성비만 좇는 온라인 시장에서 장인 분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며 "장인 분들의 처우와 자존심, 작은 공장을 지킬 수 있도록 레더리스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와 함께 하는 수제화 공장 장인 분들의 평균 나이는 60세 이상. 경력의 합계는 150년이 넘는다.
쇼핑몰을 운영해 온 지난 3년여간 가장 집중한 것은 고객의 신뢰다. 배송이 끝난 제품도 1회 교환이 무조건 무료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구두이기에 돈 걱정은 따라붙게 마련이다. 고객 요구에 맞춰서 60세 이상 장인들이 4~5일을 작업해야 한 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무료 교환이 들어오면 패턴, 재단, 갑피, 검품 등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밖에 없다.
직접 만져보고 사는 것이 아닌 비대면(언택트) 방식의 쇼핑몰이기에 손님을 위한 더 큰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같은 업종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러냐 식으로 비판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다"면서도 "직접 신어보는 대신 믿고 구매한 고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를 나타내려 한 것"이라고 했다.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상품 품종은 줄였다. 신제품을 시즌마다 100종 넘게 대량 내놓지 않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애초에 주문 첫 단계부터 발볼과 발등 크기는 물론 다른 세세한 부분까지 고객 주문을 받아 고객들의 구매확정 비율을 높였다. 실제 작년 하반기 전체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뛰었다. 신념이 매출로 입증되자 주변의 우려도 줄었다.
발이 편해야 한다는 고집도 있다. 김 대표는 "키높이 제품은 아예 팔지 않는데 발이 불편한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개인 의지의 표현"이라며 "저렴한 중국산이나 여름 한철 보내기 위한 샌들도 배제했다"고 말했다. 레더리스의 시그니처 인솔은 인고의 과정에서 나온 결실이다. 이는 우레탄 깔창으로 뒤꿈치 쿠션 느낌이 오래 가도록 한 게 특징이다. 구두 상자에는 탄력을 갖춘 끈을 별도로 넣어 발 등이 높다면 원래 끈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땀이 나기 쉬운 여름철에는 재질에 가벼움을 더할 수 있도록 디테일에 마법을 부린다.
김 대표는 수제구두 가게 사장인 동시에 트렌디한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는 CEO이기도 하다. 쇼핑몰 페이지 운영 역시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대형 브랜드는 사정이 다르겠으나 성장 단계인 쇼핑몰들은 고객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매출이 부진하다면 쇼핑몰 내 콘텐츠가 어떤 점이 부족한 지 먼저 살피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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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3, 2020 at 08:2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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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장을 위한 가게…11만원 수제화에 깃든 신념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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