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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지로'의 노가리 원조, 살아있는 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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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도시정비사업에 따라 '백년가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의 재정비는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토지나 건물을 소유한 사람만 고려될 뿐, 상권을 만들고 지역의 특색을 만들어온 가게들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명물인 을지OB베어의 이야기다. 을지OB베어는 1980년 개업한 이후 40년간 노가리골목을 지켜온 시조 가게다. 생맥주집에 처음으로 노가리 안주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로부터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고, 호프집으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백년가게 중 주류를 취급하는 가게는 을지OB베어가 유일하다. 2대째 운영 중이다.

지금은 쫓겨날 위기다. 2018년 건물주가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명도소송이 진행된 이후 현재 2심까지 패소했다. 상고를 접수한 상태지만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현 상임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40년 된 가게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법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을지OB베어 ⓒ프레시안(조성은)

'백년가게' 지킬 수 없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이에 을지OB베어와 노가리골목을 지키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대책위는 12일 서울 중구 을지OB베어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건물주에는 상생을 각각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무엇보다 관련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대책위는 "을지OB베어가 이런 분쟁 상황에 처하게 된 데에는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건물주와 세입자의 분쟁을 부추기게 된 원인으로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인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지목했다.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은 청계천변 남측 수표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다시 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 을지면옥 등 오래된 가게가 해당 사업으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처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을지OB베어를 비롯해 노가리골목의 호프집들은 서울시 세운재정비촉진지구사업의 여파로 월세 인상 등의 위기를 이미 한 차례 겪은 상태다. 현재 서울시의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노가리골목 가게 대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8개의 가게, 그리고 상가 매입...재개발 노린 자본의 행패인가

여기에 건물주와의 분쟁이 얽히면서 을지OB베어를 둘러싼 분쟁은 좀 더 복잡해졌다.

을지OB베어가 재계약 거절 통보를 받았던 2018년 서울시에서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이 통과됐다. 사업에 따라 노가리골목의 가게 대부분이 사라지고 을지OB베어와 A 가게, 그리고 몇 개의 작은 가게만 남게 됐다.

현재 노가리골목은 A 가게와 그 분점들이 장악한 상태다. A 가게 대표 B 씨는 2013년 9월경부터 A 가게 인수를 시작으로 공격적으로 노가리골목 일대에 분점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을지OB베어가 있는 건물에도 지난 2018년 A 가게가 분점을 냈다. 현재 노가리골목에는 A 가게가 본점과 분점을 합쳐 8개에 달한다. '노가리골목'이 아니라 'A 골목'이라고 불려도 무방한 상황이다. '재개발 보상금을 노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B 대표가 을지OB베어가 있는 건물을 사들인 걸로 추정되면서다. 공대위는 "지난 3월 B 대표가 을지OB베어 건물의 상당 지분을 자신의 직계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매입하도록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재개발 특수를 노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에 호재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따라 임대료도 올릴 수 있고 정부로부터 보상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8개의 가게를 가진 B 대표가 가게 보상금과 함께 건물 보상금, 이에 따른 각종 부동산 호재를 노렸다고 공대위가 추정하는 이유다.

을지OB베어의 최수영 사장은 "건물주와의 다툼만이 아니라 동종의 A 업체가 이 가게마저 가지려 하는 상황"이라며 "싸움이 아니라 상생하는 방향으로 해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임대인과 B 대표는 을지OB베어를 내보내는 것이 아닌, 을지OB베어의 현장 보존을 전제한 상생 촉구 방안을 모색하고 △서울시는 '옥바라지 골목'의 전철을 밟지 말고, 노가리골목을 제대로 된 미래유산으로 보존하며 △중구는 서울시와 협력하여 노가리골목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방지와 상인들의 내몰림 현상을 방지하고 특정 가게의 독과점이 아닌, 다양한 점포와의 상생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도록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August 13, 2020 at 12:3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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