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교사에서 네일 가게 사장으로 변신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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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웰컴USA〕화초의 '분갈이 몸살'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화초를 원래 심었던 흙에서 다른 흙이나 화분에 옮겨 심을 때 식물이 새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식물이 옮겨 심어지고 나서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시들시들하다면 몸살을 의심해 봐야 한다. 화초는 이런 몸살로 결국 죽기도 한다.

화초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필자는 미국 교민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작은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다. 사무실을 찾는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이민을 왔거나 이민을 희망하는 분들이었다.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미국에서 30년 동안 살았다. 이민 생활이라고 하면 희망찬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어쨌거나 타향살이는 고달프다. 고생스런 타향살이를 결정한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필자가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사무실에 자주 왔던 네일 가게 사장님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선생님이었고 남편도 공기업 직원이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았다. 그런데 애들 공부 문제로 미국에 왔다. 처음 미국에 와서 부인이 네일 가게 견습생부터 시작해 기술을 배웠다.

네일 기술자는 학교에 가서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그 전에 혹은 동시에 남의 가게에서 견습생으로 일한다. 주로 손님들 발을 씻어주거나 마사지를 한다.

애들을 위해 이를 악물고 참지만 눈물 나는 날들이 하루 이틀이었을까. 어느 날 서러워서 내 사무실에서 울었다. 멀쩡히 살던 한국땅 두고 와서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른다며. 그 때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들려준 것처럼 나는 그 분에게 말했다. 우리 이민 1세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한 알의 밀알이라고.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성경 요한복음 12:24)”

내가 말해 놓고도 참 적절한 표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에도 그런 고민을 하는 고객에게 들려주고 나 자신이 힘들 때도 이 구절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 분은 이후 네일 가게를 매입해 운영하며 E-2(사업비자) 신분을 유지해서 살아갔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공립교육을 받아 대학까지 진학했다. 함께 E-2 비자 신분인 남편이 운 좋게 영주권을 스폰서를 해줄 고용주를 만나 영주권도 받았다. 한 줄로 모두 잘 되었다라고 적었지만 그 영주권이 해결될 때까지 맘 졸이고 근심하는 나날은 셀 수도 없다. 미국 이민 1세는 직장에서 봉급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영업을 하는 분이 많다. 당장은 주급 생활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론 자영업을 희망한다.

언어와 문화 면에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적응이 요구되기에 구할 수 있는 직업의 영역에 한계가 있다. 물론 자본이 들기는 해도 열심히 일한 만큼 경제적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자영업이 유리하다.

미국에서 사업할 때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분을 갖고 있으면 사업하는데 아무 제약이 없고 편리하다. 그러나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어도 사업할 수 있는 비이민 비자로 E 비자(사업 비자)가 있다.

E 비자는 비이민 비자다. 해당 사업이 E 비자 규정에 맞게 계속 유지되는 한 이론적으로 그 E 비자를 소지한 사업주나 직원은 미국에서 영구적으로 거주하고 사업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미국 이민 희망자는 50만달러를 투자해 영주권을 취득했다(미국투자이민∙EB-5). 물론 50만달러가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투자이민을 선택지의 하나로 고려하는 재력가가 꽤 있었다.

그러나 2019년 11월 21일 이후 미국투자이민 투자금이 50만달러에서 90만달러로 인상돼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사업하며 자녀를 미국 학교에 보내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E-2(사업비자)에 관심을 가진다.

투자자로서 미국 E-2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일정한 학력과 경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물론 신청인에게 투자하는 부문과 동종의 사업 경력이 있으면 E-2 비자 승인에 많은 도움이 된다. 직원으로서 E-2 비자를 신청할 땐 학력과 경력이 중요한 자격 요건이 된다.

비자 발급 수속 절차는 빠르다. E-2 비자 동반가족(배우자 및 21세 미만 미혼 자녀)은 당사자와 같은 신분으로 영주권자처럼 공립학교에 취학하거나 취직할 수 있다.

기꺼이 한알의 밀알이 돼 땅에 떨어져 스스로 흘린 눈물로 비옥한 삶을 일궈 2세를 키운 1세들의 노력과 땀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