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언박싱’ 시리즈는 성장 잠재력 있는 부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해 부산의 색채가 묻어 있어 부산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사회적기업,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사회적기업 등을 총 6편으로 구성합니다.
[부산언박싱] <6> 오랜지바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작지만 눈에 띄는 하얀색 기념품 가게 ‘오랜지바다’가 있다.
3층 규모 건물의 1층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수공예 기념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2층과 3층은 관광객의 ‘힐링’을 위한 공간이다. 넓은 창으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만의 기념품을 직접 만들거나 엽서를 쓸 수 있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광안리를 오면 꼭 찾는다는 오랜지바다는 2014년 법인을 설립해 이듬해 오픈한 마을기업이다. 애초 오랜지바다 건물은 자그마한 카페였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으로 인기를 끌었다. 광안리를 산책하면서 늘 이 건물에 마음이 끌렸던 남소연(51) 대표는 좋은 기회에 계약을 진행하고 지금의 오랜지바다를 차렸다. 남 대표는 “광안리에 오면 꼭 들러야 할 만한 선물가게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판매하는) 제품은 생활 속에서 쓸모가 있으면서도 친환경적 소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선순환’이었다. 오랜지바다는 부산지역 청·장년 작가 및 ‘관광객 작가’와 함께 기념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수익을 나눈다.
관광객이 만든 엽서가 기념품으로 재탄생
오랜지바다 1층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공예 기념품을 보면 저마다 작가의 이름이 걸려있다. 이들 기념품 판매가격에서 엽서나 우표는 5%, 공예품은 40~50%가 작가에게 수수료로 지급된다.
공예품의 경우 그나마 직원들의 만류로 수수료가 줄어든 것이다. 당초 남 대표는 판매가의 60%를 작가들에게 지급하도록 했는데, 적자가 계속되다 보니 조정이 불가피했다.
‘관광객 작가’가 수익을 올리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다. 오랜지바다를 찾은 관광객은 직접 엽서와 우표를 제작할 수 있는데, 직원회의를 거쳐 일부는 작품으로 선정된다. 기념품이 판매까지 되면 저작권료가 관광객 작가에게 지급된다.
한 관광객 작가는 차를 타고 광안대교를 지나며 본 풍경에 노을과 별빛을 그려 넣었는데, 이 그림이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어 엽서와 타일자석으로도 제작됐다. 이 작가는 이후 다시 오랜지바다를 찾아 “내 그림이 팔리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고.
서울에서 온 한 의대생은 ‘부산’, ‘광안리’ 등을 손글씨로 남겼다가 관광객 사이에서 소위 ‘대박’이 난 덕에 꾸준히 저작권료를 지급받고 있다.
지역 수공예 작가들에게 오랜지바다는 커뮤니티이자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50여 명의 작가가 오랜지바다를 통해 친분을 쌓고 기념품 제작에 직간적접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미대생을 비롯한 청년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어도 전시회를 열 장소와 돈을 구하기 어려운데, 오랜지바다가 이들을 전면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오랜지바다 2층에서 40회 이상의 청년작가 전시회가 열렸다.
연말마다 주최하는 송년회에는 50명 이상의 작가들이 모인다. 관광객 작가를 포함한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해 교류할 수 있다. 손글씨로 인기를 끈 관광객 작가는 의사가 된 뒤에도 연말마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부산일보 |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대표 기념품 가게 '오랜지바다'에 인턴들이 출동했습니다! 아기자기한 v-log와 체험기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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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원은 마을기업의 존재 이유”
관광객 작가로 오랜지바다를 찾았다가 정식 입사한 직원도 있다. 박채린 사무장은 친한 언니를 따라 오랜지바다에를 방문해 그림을 그렸다가 남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SNS 계정 관리와 콘텐츠 생산 등에 주력하고 있다.
박 사무장은 “원래 교육 분야를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기록하는 걸 좋아했지만 이 일이 생계수단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대표님이 직원들 각자 원하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고 말했다.
직원이 본 남소연 대표의 경영 철학은 ‘사람’이었다. 박 사무장은 “대표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분”이라며 “최대한 지역작가, 마을 주민들과 계속 함께해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욕심을 갖고 이기적인 태도로 경영했으면 지금까지 올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 중심 경영은 주력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오랜지바다는 2015년 10월 광안리 불꽃축제 때 2000원만 내고 ‘엽서 그리기’ 공모전에 참가하면 테라스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도록 해 매스컴에 오른 바 있다. 공모전으로 모은 수익금은 연말 수영구 불우이웃에게 기부했다.
호평을 받은 공모전은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부산지방우정청 등의 지원을 받아 ‘나만의 우표’ 공모전을 열고 판매수익금을 전액 기부해왔다. 지난 연말에는 수영구청에 저소득 주민을 위한 백미 200포(환가액 600만 원)를 기탁했다.
회사 상황이 어려울 때도 기부는 멈추지 않았다. 박 사무장은 “(남 대표는) 이익을 내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을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다”면서 “정말 경영이 어려웠던 해가 많았는데도 기부는 의무라고 강조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람 중심 경영 덕일까. 오랜지바다는 2016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2018년에는 부산시 공유경제기관, 부산 국제영화제 공식 대표 기념품업체로 선정됐다. 지난 3년간 평균 연매출 규모는 약 3억 원에 달했다.
새로운 도전들
지난해 오랜지바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9월 김해공항 국제선 면세품 인도장 앞에 ‘부산 기념품(Busan Souvenir)’ 부스를 오픈해 운영했다. 부산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기념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광안리 밖으로 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콘텐츠사업에 선정돼 해안가 중심 유명 관광지(오륙도 해파랑길 관광 안내소, 송도 해상 케이블카, 다대포 장림포구 부네치아 선셋전망대, 통영 동피랑)마다 일종의 ‘분점’을 냈다. ‘남쪽빛감성여행창작소’라는 이름의 이들 관광지에서는 엽서 쓰기, 파우치 제작, 나무액자에 그림 그리기 등 ‘DIY 기념품’ 제작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당초 작년 12월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던 김해공항 기념품 부스는 호응에 힘입어 운영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면세점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전면 철수해야 했다.
‘남쪽빛감성여행창작소’ 역시 현재는 송도 케이블카와 통영 동피랑, 광안리 세 곳만 중점적으로 운영 중이다.
물론 다른 활로는 있다. 지난해 부산 OK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수영구 옛 고려제강 폐공장 부지에 차린 ‘수공예기술자공장’은 정상 운영 중이다. 경력단절 여성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수공예 작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시와 구청의 지원으로 취업 연계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오랜지바다는 아직 욕심이 많다. 광안리를 넘어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기념품 가게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다.
당면한 주요 과제는 체계를 정비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제작 비용이 높은 수공예품을 관광객에게 얼마에 팔 것인지, 수공예품과 공장생산품의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을 밤낮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각종 국가사업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고민 중이다.
박 사무장은 “각자가 더 능동적으로 나서야 하고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어 마냥 즐겁게만 일할 수는 없다. 휴일도 잊은 채 힘을 모을 때가 많다"면서 “고단하지만 서로를 보면서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영상=김보경 김보현 인턴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September 27,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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