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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화장실 대여가 상권 활성화?… 서울시의 이상한 '동네가게 육성사업'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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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17 06:00 | 수정 2020.08.17 08:55

1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골목상권. 저녁식사를 위해 손님들이 찾아올 시간이었지만, 이 곳에 위치한 작은 식당과 술집 등에서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파리를 쫓는 상인들 몇 명만 외롭게 각자 가게 앞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며 공무원들이 몇 번 왔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대체 뭘하고 갔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며 추진한 ‘생활상권 육성사업’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 주민들은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고, 사업에 참여한 일부 상인들은 "오히려 해야 할 일만 늘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산 대여 서비스 ‘비온당’의 우산꽂이와 우산. 이용자가 없는 탓에 일반 우산꽂이로 사용되고 있다. /강현수 기자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심사를 진행해 지난달 종로구 창신동과 관악구 난곡로, 송파구 가락동, 양천구 신정6동, 서초구 방배2동 등 5곳 상권을 생활상권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시는 1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 상권에 3년 동안 최대 30억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창신동의 경우 생활상권 육성사업을 위해 무료로 우산을 대여해주는 ‘비온당(堂)’, 출력을 해주는 ‘출력당’, 가게 화장실을 쓰게 해주는 ‘해우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산 식자재로 음식을 만드는 ‘손수가게’도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참여한 상점의 업주들은 아무런 실익이 없었다고 전했다. 창신동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1)씨는 "우산을 빌려주고 출력을 해준다고 해서 여기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겠느냐"며 "차라리 가게 내부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간판을 바꿔주는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창신동에서 사업에 참여하는 가게는 11곳에 불과하다.

사업에 참여한 상인들의 애로사항도 만만치 않다. 우산을 대여해주고 있는 상인 김모(67)씨는 "공무원들이 와서 문 앞에 ‘비온당’ 스티커를 붙여주고 우산꽂이 하나, 노란색 우산 10개를 놔두고 갔다"며 "근데 우산을 가져가 놓고 안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그냥 일반 우산꽂이로 쓰고 있다"고 했다.

본인 가게의 화장실을 지역주민에 빌려주는 상인은 사업을 아예 그만두고 싶다고도 했다. 해우당을 하는 최모(70)씨는 "여기서 장사를 30년 넘게 했는데 화장실 청소 때문에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며 "벽에 대소변을 묻히거나 물을 안 내리고 가는 손님은 기본이고 휴지를 훔쳐 가기도 한다. 다음날 화장실 문을 열어보기가 무섭다"고 했다. 최씨에 따르면 화장실 청소에는 별도의 지원금도 나오지 않는다.

상인들은 손수가게로 지정돼도 특별한 혜택은 없다고 했다. 손수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56)와 김모씨(55) 부부는 "작은 간판과 ‘손수가게’가 적힌 팻말, 스티커 정도만 지원받았다"며 "시장 골목에 우리 가게를 포함해서 세 곳에만 붙어있다. 시장 분위기랑 안 어울리기도 하고 다른 상인들의 눈치도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활상권 육성사업이 지역 커뮤니티 거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홍보 부족으로 사업을 모르는 지역 주민이 더 많았다.

창신동에 거주하는 신모씨(29)는 "동네에서 편의점 말고는 다른 상가는 별로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며 "골목경제 살리기 사업을 한다는 소식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생활상권 육성사업은 홍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사업 홍보나 마케팅을 위해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창신동 상인들이 구성한 추진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창신생활상권활성화사업' 블로그에 이날까지 올라온 게시물은 고 작 33개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아직 사업이 제대로 시작된 게 아니라며 현 수준을 보고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생활상권 육성사업 자체가 기존 운영방식과 많이 달라 참여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사업 자문단을 편성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현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 사업 현황 등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August 14, 2020 at 0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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