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에 손님 끊긴 대학가
학생들 “학교 앞 식당·카페 살리자”
소비자는 싸게, 매장엔 손님 ‘단비’
학생들 “학교 앞 식당·카페 살리자”
소비자는 싸게, 매장엔 손님 ‘단비’
꽃집·카페·서점은 정기구독 서비스로 선결제 유도
인프라 구축, 소비자 불안은 숙제
“정부, 인프라 지원·관련법 제정을”
22일 낮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 선결제 쿠폰 사용 식당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선결제에 지치지 말자는 힘 얻어” 선결제가 골목상권의 생존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골목상권을 지키는 소상공인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임대료, 전기요금 등 고정비는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적은 액수라도 도움이 된다는 게 선결제를 받아본 업주들의 말이다. 고려대 선결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탈리아음식 전문점 ‘일곱평’의 김진구(43) 사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1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히포크라테스 스프’ 김혁(51) 사장도 “매출에도 도움이 되고, 온라인에서 홍보 효과도 누리고 있다”며 “더 좋은 음식, 깨끗한 음식으로 선결제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결제 응원’에 다시 힘을 내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에서 ‘카페919’를 운영하는 장재연씨는 “4월에 너무 절망적이었는데, 선결제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지치지 말고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고 말했다. 5년째 이곳에서 동네 장사를 해온 장씨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지만, 보건소에 무료 음료를 보내고 경찰관·소방관에게 50%씩 할인해주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장씨는 “선결제 고객을 보며 ‘여기서 문을 닫으면 손님들의 응원도 사라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식권업체도 재택근무로 타격을 입은 오피스 상권 선결제에 나섰다. 모바일 전자식권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식신’은 지난 5월부터 500여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식권 선매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원래 식권 사용 후 한달치를 정산해주는 방식이었는데, 미리 한달치를 식당에 선지급하는 것이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래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우량한 식당에 선결제하고 있다”며 “한달 선결제 규모가 10억원인데 향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식신으로부터 매달 200만~300만원의 선결제를 받는 윤동협 ‘포브라더스’ 사장은 “임대료도 못 내는 어려운 상황인데, 식권 선결제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_______
골목상권은 꽃·커피 구독도 개발 중 소비자들이 믿고 결제할 수 있는 정기구독 등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는 소상공인들도 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꽃 구독 모델을 도입한 꽃집 ‘튜스데이’ 사장 권나윤(42)씨는 “최소한의 고정적인 수입이 생길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꽃집이 있는 경기도 양주시 일부 지역에 한해 월 5만원을 받고 한달에 네번 꽃을 집으로 보내준다. 권씨는 “정기구독 고객이 서른 분만 계셔도 한달에 150만원이다. 고객이 늘어 사입해오는 양이 많아지면 가격 면에서도 이득이니 그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골목상권의 특색을 살린 개성 있는 구독 모델에 대한 고민도 이어진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카페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정세미(35)씨와 ‘효자카페’를 운영하는 장지하(35)씨는 지난 4월 한 할인 앱의 제안을 받아 커피 구독을 실험해본 뒤 ‘개성 있는 구독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정씨는 “구독 서비스를 하면 업주는 가게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고객은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작은 카페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더하는 방식의 구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도 “커피 추출 방식과 원산지를 달리하는 식의 개성 있는 구독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매출이 들쑥날쑥한 소상공인 입장에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선결제하거나 정기구독을 이용하게 되면 현금 흐름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일찌감치 한달에 한권씩 배송해주는 정기구독 모델을 도입한 박은지(32) 서점 ‘부비프’ 사장도 “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나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구독은 6개월~1년치를 한꺼번에 결제하다 보니 고정 매출이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며 “구독 책을 서점에서 수령하는 분들도 매달 한번씩 서점에 와서 다른 책을 더 사 가기도 한다. 요즘처럼 손님이나 매출이 줄어들 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소비자들도 골목상권의 구독 서비스를 반긴다. 직장인 장아무개(31)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와인바에서 판매하는 와인 구독을 시작했다. 가입자의 취향에 맞는 와인 1병을 매달 집으로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다. 장씨는 “코로나19로 와인바에 잘 가지 못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이디어가 좋아서 가입했는데, 결국 어려운 가게를 살린다는 의미도 있다고 느꼈다. 작은 꽃가게 구독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_______
“정부도 인프라 구축 지원해야” 물론 아직은 소수의 사례일 뿐이다. 자발적 선결제나 구독 결제로 발생하는 매출이 소상공인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소상공인이 이런 서비스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19 1차 유행 직후인 지난 4월 정부가 나서 선결제를 장려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내진 못했다. 마땅한 연결 플랫폼도 없이 사실상 소비자의 선의로 이뤄지는데다, 구독 서비스도 온라인 판매채널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홍보나 판매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칫 선결제나 정기구독을 한 가게가 갑자기 문을 닫는 건 아닐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다니던 필라테스 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미리 낸 30만원을 날렸다는 윤아무개(32)씨는 “해당 업체가 문 닫기 직전 주까지 회원을 받아서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면서 환불도 받지 못했다”며 “직접 이런 일을 겪으니 선결제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연대 소비’의 싹을 더욱 키우려면 정부의 인프라 지원 및 관련 법 제정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조혜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상공인들이 구독 서비스 등을 하려 해도 플랫폼 등 인프라 구축이 덜 된 경우도 있고, 판매방식이나 결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부족한 인프라는 정부에서도 지원한다면 활성화될 것”이라며 “소상공인 서비스와 관련해 신뢰가 잘 구축되지 않은 문제도 있는데, 이는 소상공인 브랜드와도 관련 있는 문제이기도 해 법의 미비한 점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박수지 김윤주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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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3, 2020 at 02: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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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작은 가게들 살아난다…“고마워요 선결제”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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